저도 브랜딩전문가가 되고싶어요!(for.대학생님들)
대학교 4학년 님들. 곧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분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죠.
당장 일주일 뒤에 입사하는 분들인지라,
궁금증이 폭발하는 초롱 눈빛 광선을 쏟아내서 심장 폭행을 당했습니다.
느아아아앗!
어떤 직무들을 선택하셨는지 살펴보니 대부분 마케팅/브랜딩/기획자를 꿈꾸고 있더군요.
줄여서 '마브기'라고 하겠습니다.
이 마브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뭔가 열정이 넘치고 내 손으로 뭔갈 해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두 눈에 이글거리는 사람들이었죠.
하지만 가슴이 아픈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단순히 초롱눈빛광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기도를 타고 폐부로 고구마가 느껴지면서 폐정맥이 텁!막히는 느낌이 동시에 들기도 했습니다.
고구마가 탄생한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이었습니다.
나 : 브랜딩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초롱이들 : 알리는 거요! / 회사를 유명하게 만드는 거요! /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거요! / 애플이요! / 스티브잡스요!
나 : (크게 당황하며) 음 그래, 그럼 브랜딩 직무에선 무엇을 할 것 같아요?
초롱이들 : 기획이요! / 분석하는 거요! / SNS플랜 짜는 거요! / 엄청 멋진 일이요!
아하,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들, 정말로 순수하다!
그래서 오늘은 대학생님들. 그러니까 브랜딩/마케팅 등 관련 직무를 꿈꾸는 대학생님들을 위해서
이것이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디테일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전 비주얼 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만들죠.
그러나 비단 이것만이 브랜딩은 아니므로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조금 건드려보겠습니다.
1. 폭풍 PPT
일단 마케팅과 브랜딩 막 이런 단어 뽕에 취해서 우와 졸라 멋있어!!! 라는 느낌이 충만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 만큼 멋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노가다고 논쟁이죠.
그 노가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가다는 PPT작성 입니다.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무언가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돈 없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받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플랜이 나와야 하겠죠.
이 내용을 시각적으로 바꾸고, 표로 정리하고, 래퍼런스를 잔뜩 첨부한 뒤 액션플랜을 작성하고
세부안을 구성해서 PPT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PPT를 잘 못하는데요... 라고 하면 안됩니다.
대학에서 안 배웠지만, 졸업하자마자 잘하게 되는 기적을 선보여야 하죠. 게다가 '잘한다'의 기준은 디자인이 아닙니다.
물론 디자인감각이 있다면 매우 훌륭하겠지만, 사실 당신은 디자이너가 아니니 굳이 그들만큼 잘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독성이나 뭐 이런 것 신경 쓰지 말고 일단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기획이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도 액션 플랜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냥 빨리 만드세요. 뭘 얼마나 완벽하게 만들진 모르겠지만,
당신이 무엇을 만들어도 어차피 수정과 까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
보노보노 PPT는 대학 시절에 떼고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2. 폭풍전화
전화를 한다는 것은 벨의 발명 이후 인류의 최대고민이자 숙제가 되었습니다.
얼굴을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내 말로만 상대와 커뮤니케이션 해야하니, 그 스킬과 난이도가 거의
'조별과제를 모두가 분담해서 열심히 하게 만드는 수준' = (불가능) 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마브기는 절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습니다. 협업과 협조가 필요하죠.
사내에선 다른 팀과 커뮤니케이션 해야하고, 외부에선 협력업체나 유관기관과 끊임없이 통화를 해야합니다.
물론 이것은 마브기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에서 벌어지는 공통사항이긴 하나,
특히 마브기는 싹싹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해나가야 하는 것이 태반입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단순히 견적 조율 뿐 아니라 뭔가 미래가치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평소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해 보는 힘을 기르도록 합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해보자. (연습예제)
1. 나 오늘 뭐 달라진 것 없어? 에 대답해 보자.
2. 나는 왜 침대를 좋아하는지 설명해 보자.
3. 치킨 브랜드별 맛의 차이와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논해보자.
4. 인생은 한방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해 보자.
3.폭풍 글 짓기
전화 못지않게 글쓰기의 힘은 엄청납니다.
신에게서 글 쓰는 재능을 받은 기억이 있는지 태초의 기억을 되새겨보도록 합시다.
만약 그런 기억이 없다면, 진로에 대해 곰곰히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는 그런 재능이 있는 지구상의 몇 안되는 종족을 찾아 나서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마브기에 있어서 글은 기획안을 써내는데에 필수적입니다. 또한 메일링에서도 필수죠.
기획안을 썼으면 중간보고, 회의록, 결과보고를 써야 할 것이고 중간에 발생하는 각종 보고서, 설명글, 보도자료 등등
글 쓸 일이 당신의 상상을 초월하며 우주를 뚫는 수준입니다.
기획안을 쓰는 방식에 대한 테크니션적인 부분들은 보통 인터넷이나 서점에 널려있습니다만,
정작 그 책을 아무리 읽어도 내용을 채울 수가 없어서 어버버버 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길게 쓰는 것이 어렵다구요?
아닙니다. 짧게 쓰는 것은 그 수천 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글짓기에 억겁의 세월이 걸린다면 그것은 재능이 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마브기는 시간 싸움입니다. 빨리, 제대로, 딱딱딱 움직여줘야 가능하죠.
그 속도에 맞추려면 후루룩 써내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연습을 통해 이루어지긴 합니다만
당신이 상상하는 이상의 시간과 고통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안된다는 말이죠.)
4. 존심은 필요없다
본인의 컨텐츠를 열심히 마브기해서 자립할 거야! 라는 생각은...물론 굉장히 좋은 생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대부분의 마브기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의해 진행됩니다.
이말인즉슨 당신이 아무리 책에서 읽고 공부하고 네트워킹파티에서 강연을 듣고 오만 난리를 다 부려도
결국은 클라이언트의 오퍼가 최우선이라는 얘깁니다.
물론 이게 맞고 이건 안된다라는 '제언'정도는 할 수 있겠으나 그게 통할 가능성은 꽤나 희박합니다.
아시다시피 대학생님들은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할 것이고, 경력이나 래퍼런스도 없습니다.
똑똑하고 박학다식하지만 마브기는 대부분 현장 중심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부수기가 여긴 쉽지 않습니다.
뭔 말을 해도 통하지 않고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하루에 6000번 정도 든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존심은 당분간 금고에 넣어 놓으시는게 좋습니다.
'브랜딩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2)' 2탄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