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는 서로 생각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갑을관계라서가 아니라, 주로 클라이언트는 사업을 구조화하는 경영자 입장이고
디자이너는 그걸 가시화시키는 전문가 입장입니다.
전자는 모델을 글이나 말로 묘사하고, 디자이너는 그림으로 그립니다.
서로 얘기를 할 때도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고, 같은 단어를 말해도 다른 경험을 투사시킵니다.
그래서 “뭔가 이렇게!”라고 했을 때… 디자이너가 알쏭달쏭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것은 디자이너와 개발자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격이나 인성과 상관없이 기질상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기 때문에
우린 중간에서 이것을 정리해줄 누군가가 필요하거나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클라이언트님들은 당연히 디자인 용어를 모르니
아름다운 우리말을 100% 활용하여 자신의 그림을 전달하고자 애를 씁니다.
물론 디자이너도 가끔 출처를 알 수 없는 우리만의 용어를 쓰지만
순우리말은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서로 언어의 뜻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종종’ 들었던 것들 기준으로, 클라이언트의 용어들을 알아봅시다.
1.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
= 글자와 이미지를 다 키워라. 특히 글자는 12포인트 이상으로 키워달라는 말입니다.
잘 보이게
2. 뭔가 샤하게…
우리나라 말은 참으로 신묘하고 그 깊이가 놀라울 정도입니다.
“샤하게”란 말은 커브에서 중심출력을 120 이상으로 올려달라는 말이죠.
또는 레벨 값에서 전체밝기를 30% 정도 밝게 해달라는 것과 같습니다.
3. 너무 쨍한 것 같다
쨍하다… 하아… 쨍…… “쨍하다”란 무엇이냐면…
흔히 콘트라스트가 너무 심할 때 쨍! 하다는 말을 합니다.
물론 채도가 너무 강해도 쨍이란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쨍한 사진을 봅시다.
이렇게 대비가 너무 심한 경우, 이미지의 특정 명암이 튀어버리는 경우를 “쨍하다”라고 합니다.
흔히 커브에서 입력값이 심할 때 이런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또는 원래 사진에다가 쓸데없는 필터 집어넣었을 때 쨍한 경우가 있죠.
다만 ‘쨍하다↔샤하다’는 반대말은 아닙니다.
쨍할 때는 사진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거고, 샤한 것은 좀 밝고 흐리흐리한 느낌이 있습니다.
4. 딱! 심플한 것
= 픽토그램 써달라는 말입니다.
5. 뭔가 정돈된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 익숙한 레이아웃을 써달라는 말입니다.
가끔 디자인하다가 파격적인 레이아웃이나 아트웍을 삽입했을 때 이런 말이 종종 나오는데,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이미지를 보면 종종 ‘어지러워요’라는 말을 합니다.
이것은 뭐 그리드나 레이아웃상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익숙하지 않은 구도 때문에 시각적인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돈해주세요’란 말은 아래와 같이 바꿔 달라는 말입니다.
6. 모던한 느낌으로
= 블랙앤화이트에 라인을 써달라는 말입니다.
모던한 느낌 / 고딕볼드 / 라인 활용 / 화이트 배경
7. 빈티지한 느낌
= 세리프 폰트 및 필기체 폰트, 이탤릭 적용과 아래와 같은 색 조합을 말합니다.
이런 색
위와 같은 색으로 오버레이하거나 투명도로 깔아달라는 얘깁니다.
나무색이나 이탤릭으로 된 필기체폰트를 써주면 아주 좋아하십니다.
이때는 주로 어두운 톤의 배경에 텍스트는 흰색으로 빼주는 것이 좋습니다.
엄지척 각
8. 다 좋은데…
= 다시 하란 말입니다.
9. 쓰읍… 하아…… 음… 이건…
= 다시 하란 말입니다.
10. 좀 더 딱! 이런 거
= 이건 미지의 세계에 존재하는 용어인데…
좀 더 딱! 이란 건 3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1. 폰트의 경우엔 볼드 차이를 주세요. 폰트 크기 차이는 2배 이상 내줍니다.
타이틀이 24포인트면 본문은 12포인트 정도로.
그리고 타이틀이 Heavy 볼드면 본문은 semi light 정도로 써줍니다.
그럼 좀 더 딱! 됩니다.
2. 이미지의 경우엔 직관적이고 뭔 말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이미지를 쓰세요.
게티이미지에 그 추상적인 이미지들 쓰면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봐도 회의장면! 이런 것이 좀 더 딱! 입니다.
3. 그래프나 기타 인포그래픽 요소에선 디자인적 요소보단
뭔가 클라이언트가 꼭 강조하고 싶은 요소가 더 강렬하게 튀었으면 하는 겁니다.
“어떤 것을 더 강조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세요.
그럼 “2016년도 매출액이 좀 더 딱! 보였으면 좋겠다”는 식의 대답이 나올 겁니다.
11. 요즘 느낌으로
= 흔히 요즘 느낌… 이라고 하는 건 플랫한 컬러를 배경에 깔고
텍스트만으로 구성해달라는 얘깁니다. 카카오뱅크마냥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텍스트만 쓰면 “쓰읍… 하아…”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플랫한 이미지요소를 잘 배치해주면 좋습니다.
12. 이렇게 화아하게
= “화아하게”란 것은 명도를 올려달란 얘깁니다.
‘샤하다’보다 좀 더 강한 느낌입니다.
12. 슈우우우하게 올라가는 거
= 보통 “슈우우우~~”란 건 소실점이 한 곳으로 모여있는 이미지를 의미합니다.
속도감이나 방향성, 상향구도 등을 지닌 이미지를 의미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아래와 같은 거죠.
13. 좀 더 가족스러운 느낌
= 파스텔톤을 써달라는 얘깁니다.
14. 전문적인 느낌
= 푸른색 계열의 이미지와 라인, 볼드한 제목과 명조 톤의 본문 폰트.
전문적인 느낌의 사진…
네… 일단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사실 더 무궁무진한 표현들이 있지만, 너무 비상식적인 오퍼들…
그러니까 너무 밝지 않은 화이트톤이랄지 모던한 파스텔톤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나름대로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 표현을 디자이너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았습니다.
또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6탄 '디자이너들을 위한 클라이언트들의 용어정리(2)'도 있어요!
원문: Aftermoment Creative Lab의 브런치